싸늘하게 식어버린 호시오 렌 의 시신앞에서 유메카와 치아키는 그저 가만히 그 유체를 바라볼뿐이었다.
어째서인지 히어로의 의복인채 죽어있는 너는 영웅의 말로가 아니라 처형당해 성문에 매달려져버린 악인의 끝과도 같았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
그 말은 이야기속에서나 나오는 헛된 바램. 악이 이겨버린 세상에서 히어로의 끝을 보여주는게 지금의 네 모습이겠지.
울지도 않고 화도 내지않고 그냥 가만히 너를 올려다보는 치아키는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도 모른채 입을 열었다.
"호시오, 악에 지지 않는 히어로가 있다면 너같은 사람일거라고 한거 반은 진심 반은 거짓이었어."
누구에게 말하는거지? 어차피 너에게는 들리지도 않을텐데. 그러함에도 독백은 계속되었다.
"너는 누구도 싫어하지 않고 친절하고, 불의에 화낼 줄 알잖아. 비록 히어로의 연극을 하는 배우라고 해도 마음만큼은 진짜 히어로였겠지. 그런거.. 싫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착한사람은 이렇게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은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네."
체념일까, 그는 그저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악이 승리해버린 세계는 누가 구원해 줘야하는지 그런것에 대해서는 어떤 동화도, 이야기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던데 말야. 아니.. 애초에 영웅은 누가 구원해 줘야하는지 먼저 누가 알려줬었으면 좋았을지도 몰라."
아무렇지도 않게.. 담백하게... 아니, 아무렇지도 않은가? 정말로?
"그러게 왜 동생이라고 불렀어, 형이 되겠다고. 이렇게 먼저 갈거면 왜그랬어? 안죽을 자신 있었어야지 바보야? 어차피 처음부터 형이니 뭐니 믿지도 않았어 잘가라고.. 이제 기억도 안할거야.."
...치아키는 렌의 차가워진 흔적 앞에서 화내듯이 계속 툭툭 쳤다.
이제 더이상 들어줄 따스한 형따위 존재하지 않는데도. 투정을 부리는 어린 동생마냥 화를 냈다.
왜 먼저 갔냐고 화를 내는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추모의 전부였다. 가족놀이는 여기서 끝이다, 완전한 타인으로 끝을낸다.
그래도.. 네가 살아있었다면 조각상을 손에서 피가 나도록 때리면서 화를 내고있는 치아키를 말렸겠지.
안녕 잘가 히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