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덤불사이에 누워 잠들어있는 너는 동화속 공주님 같았다.
동화속에서는 이렇게 잠든 공주님을 어딘가에서 왕자님이 찾아와 깨워주던가.
하지만 이건 동화가 아니니까 왕자님도 없고 죽어서 잠들어버린 사람을 깨울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영원한 잠에 빠져버린 모구시 치카의 곁에 유메카와 치아키가 앉는다.
네가 살아있었다면 꽤나 보기좋은 그림이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죽은자의 곁에 산자가 마지막을 보내주려 하고있을뿐이었다.
소년은 소녀의 잠든듯한 시신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꼭 모구시 치카에게 어울리는 그림의 죽음이네'
고귀한 아가씨는 흉하지도 비참하지도 않게, 이렇게 잠들듯이 죽는게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했다.
"사실 동갑내기 친구가 있어서 내심 좋았어. 너는 어린애잖아? 어른들 사이에서 아가씨라고 뻐기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뭐랄까..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재밌었어."
"이제 CA 그룹은 어쩔거야? 후계자가 없으면 큰일이잖아.. 내가 가서 테러해버린다? 정말이야."
물론 이건 그냥 하는 농담이다. 너의 화들짝 놀라서 보석으로 회유하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럴일은 절대 없지.
"세키가하라가 많이 슬퍼하겠다. 너 츤데레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둘이 소꿉친구나 다름없는거 알고있어. 어쩔거야? 사용인을 실직시켜 버리고 완전 악덕상사인거 알아?"
...더이상의 투덜거림은 의미없다. 너에게 닿지 못할 음절들이 공허하게 울리다 사라진다. 차갑게 식은 이마를 한번 쓸어주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내가 잠들어 있을때 어쩐지 네가 일어나라고 깨웠던거같은 기분이 들어, 꿈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엔 깨워도 못일어나는데 불공평하다. 푹 자.. 약골 아가씨. 즐거웠어.."
이제 장미정원에는 아무도 없다. 어쩐지 약간 훌쩍이는듯한 소리가 들린거 같다면 산짐승의 소리겠지..아마 그러할것이다.